한국어랑 닮은게 1도 없는 태국어 공부를 쉽게하려면 태국어 특징부터 알아야 한다.

10년 전 태국어를 처음 배울 때 그 느낌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간드러진 콧소리로 사왓디 카~ 카~ 카~하는 발음에 귀가 간지러운 듯 한 느낌을 받았다. 또한 한국어에서도 영어에서도 심지어 중국어에서도 들어보지 못했던 된소리마저 인상적이었다. 꺼~ 깝~뿌~빤~똥~소리가 참 이국적이었다. 게다가 글자는 더 충격적이었다. 지렁이처럼 꼬불꼬불하게 한 획으로 쭉쭉 그어가는 글자를 보고 이게 그림인지, 지렁이인지, 라면인지, 글자인지 모르겠는데, 이걸 어느새 읽고 있는 본인의 모습을 보니 신기할 따름이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2021년이 되었고 이제까지 태국어 공부를 해 온 경험을 통해 다시 생각해보면 태국어의 특징을 단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태국어의 특징 한마디로: 한국어랑 닮은게 하나도 없다!

언어학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접근해봐도 한국어와 태국어 사이에는 몇몇 단어를 제외하곤 공통점을 찾기가 매우 어렵다. 그렇다면 태국어 특징이 뭐길래 한국어와 공통점이 하나도 없다고 하는 것일까?

태국어 특징 1. 음이 상당히 중요한 언어

태국어는 발음이 무엇보다 아주 심하게 중요하다. 그 이유는 바로 성조 때문이다. 성조란 음의 높낮이에 따라 뜻이 달라지는 시스템으로 중국어가 4성이 이 이를 대표한다. 그런데 태국어는 여기에 1성을 추가해서 무려 5 성이다. 이게 끝이 아니다. 모음은 또 단음과 장음으로 나누어진다. 같은 음이라도 아! 와 아~는 완전 다른 뜻이다.

성조언어에 익숙하지 못한 한국인은 5 성조 시스템에 일단 멘붕이 온다. 다행히 본인은 성조를 따로 익히지 않고 통과할 수 있었는데, 중국어를 이미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태국어 특징 2. 문자 체계가 상당히 비효율적

세종대왕이 발명하신 한글은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배우기 쉬운 문자로 불린다. 한국어 문법으로 가면 머리가 아프겠지만, 글자도 심플한 데다가 발음법도 굉장히 체계적이다. 그러나… 태국어는 일단 자음부터 고 자음, 중자음, 저자음 3단 구성으로 되어 있는 데다가 모음은 단모음 장모음으로 구성되어 있다!

자음 3종과 모음 2종이 결합된 경우의 수만 계산해도 3*2=6개인데, 문제는 자음과 모음에 마지막으로 받침까지 붙을 수 있다. 받침은 생음과 사음 총 2가지로 이것까지 감안하면 경우의 수는 총 3*2+3*2*2=18가지다!!! 그리고 이 경우의 수에 따라 성조가 다 달라진다!!!

성조의 벽을 넘으면 공식에 따라 달라지는 성조계산 공식이라는 큰 벽이 또 나타나고 각종 예외사항이 나타나서 머리를 폭파시킨다.

태국어 특징 3. 주어 동사 목적어 순

주어 목적어 동사인 한국어와 다르게 주어 동사 목적어 순으로 구성된다. 한국인들이 많이 배우는 영어와 중국어도 태국어와 같은 주어 동사 목적어로 구성되므로 사실 영어나 중국어를 공부했다면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

태국어 특징 4. 수식은 뒤에서 앞으로

주어 동사 목적어는 그렇다 치고 한국인들이 진짜 적응 안 되는 점이 있다면 태국어는 수식이 뒤에서 앞으로 간다. 이는 동남아 언어의 공통적인 특징으로 베트남어 역시 뒤에서 앞으로 수식을 한다.

치앙마이에서 뗏목 래프팅을 했는데, 뗏목 소년이 ‘뱀부 옐로우!’를 외친 적이 있다. 노란 대나무를 가리키는 말로 이를 영어로 바꾸면 Yellow Bamboo다. Yellow가 Bamboo를 꾸며주는 구조지만 태국어는 대나무가 먼저 나오고 노란 이 뒤에 나온다. 영어를 제대로 배운 적이 없는 태국인들이 위와 같은 식으로 영단어를 나열하는 경우를 수도 없이 목격할 수 있다.

이런 차이 때문에 태국어를 처음 배우는 사람은 습관적으로 한국어처럼 앞에서 뒤로 수식하려고 한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뒤에서 앞으로 수식하는 방법도 익숙해질 수 있으나 처음에는 불편하지 않을 수 없다.

태국어 특징 5. 의외로 문법은 단순하다.

불행 중 다행으로 문법은 은근히 단순하다 못해 허탈하다. 태국어가 소속된 고립어의 특징으로 중국어, 태국어, 베트남어가 대표적으로 단어의 변화 없이 위치로 모든 것을 나타낸다. 예를 들어서 영어에서 현재형과 과거형, 현재완료형, 수동형은 어근이 있고 어미가 바뀐다. Study, Studied 형식처럼 어미가 계속 바뀌는데 한자는 단어를 바꿀 수가 없다. 태국어도 중국어와 마찬가지로 단어의 원형은 항상 고정되어 있으며, 단어의 위치만으로도 문법적인 구분이 된다.

태국어 특징 6. 외래어는 주로 고대 인도 언어가 많다.

한국어 단어의 약 70%는 한자어로 외래어다. 지금 본인이 쓰고 있는 글도 한자어가 없으면 표현이 불가능하다.

태국어도 순수 태국어 계열 단어에 외래어가 혼합되어 있는데, 태국어에는 고대 인도어가 많다. 지리적으로 인도와 가깝기도 하고, 불교가 태국으로 전해지면서 불경과 함께 산스크리트어와 빨리어(팔리어)가 유입되었다. 한자문화권인 한국어는 순수 태국어와 공통점을 찾기도 어려운데, 고대 인도어계열 단어까지 있다니 머리가 복잡할 따름. 신기한 점은 한국어에 있는 불교 단어는 산스크리트어를 한자로 바꾼 식이기 때문에 불교신자라면 태국어에서도 익숙한(?) 단어를 발견할 수 있다. (예 탁발 -> 딱밧)

초기 학습 난이도 태국어>>>>>영어>>>>>>>>일본어

결국 위의 여섯 가지 특징을 조합하자면 한국어랑 태국어는 너무 달라서 초기 학습 난도가 높다. 오히려 중국어와는 공통점이 많다 보니 중국어 네이티브 또는 중국어를 배워본 경험이 있을 경우 어느 누구보다 태국어를 빨리 배울 수 있다. 실제로 태국에서 생활해보면 나름 중국 억양이 살짝 있지만 능숙하게 태국어를 하는 중국인(화교 아님)도 많고, 중국어를 배운 태국인(대체로 화교)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태국어 빨리 제대로 배우는 방법

태국어 학습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문자와 성조 연습이다. 문자를 제대로 이해해야 올바른 성조를 발음할 수 있고 성조를 제대로 이해해야 올바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

하지만 글자와 성조가 어렵다 보니 학원 또는 온라인 강의에서 한글로만 태국어를 가르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머릿속에 글자와 성조 체계가 자리잡지 못해서 학습 효율이 떨어지게 된다. 또한 태국문자를 모르는 까막눈이기 때문에 독학에 한계가 있고, 응용이 어렵기 때문에 결국은 유아수준에서 나아가기가 어렵다.

무엇보다 한국어와 태국어는 공통점이 없다. 그러므로 한국인 학습자 입장에서는 공통점을 직접 만들어 나가야 된다. 그래서 기초단어를 빠른 시간 안에 학습해 태국어 체계에 익숙함을 먼저 느낀 상태로 새로운 단어를 기존 단어와 연계해서 익혀 나가는 편이 그나마 태국어 학습 효율을 늘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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