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국어 구사자가 본 한국인이 영어 못하는 이유 5가지

영어 못하는 이유를 알면 영어 잘하는 이유까지 알 수 있다.

2021년 새해가 밝았다. 다들 새해를 맞아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있다. 본인이 탄생 후 매년 초 뉴스를 볼 때마다 등장하는 올해의 계획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있다. 바로 ‘영어 공부’다. 이에 맞춰서 매년 초마다 온라인 영어 교육 업체들도 신년맞이 특가 패키지를 선보이고 있다.

문제는 매년 똑같은 일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말은 곧 누군가는 동일한 수준의 영어 공부를 매년 초마다 반복한다고 유추해볼 수도 있다. 그런데 누군가는 연말이 되면 우수 학생으로 교육업체 광고에 출연한다. 같은 1년이란 시간을 똑같이 보냈는데 왜 이런 결과가 나올까?

4개 국어를 배워본 본인의 개인적인 경험에 따르면 영어 못하는 사람들은 몇 가지 특징이 있었다.

영어 못하는 이유 1. 토익 900만 목표

자원은 없고 인구밀도는 높은 국가적 특성상 국력은 인력자원에서 나오며, 영어교육은 시험에서 고득점을 받는 것으로 교육의 목표가 정해져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대입 영어, 취업 영어, 승진 영어 등등 실무 중심이 아닌 특정 점수를 위해 영어를 공부하고자 한다.

처음부터 점수라는 분명한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특정 점수를 취득하는 순간 목표가 사라져 버린다. 이 말은 더 영어 공부를 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며 영어를 복습할 이유도 없다는 의미다.

우리는 유아기 시절 잘 알지도 못하는 뜻을 듣고 말하고 받아쓰기까지 하며 끝없이 복습했다. 이것이 언어 학습의 기본적인 메커니즘이다. 그런데 영어 학습의 목표가 시험에 맞춰져 있다면 시험 이후에도 영어를 꾸준히 연마할 동기가 없다. 기본 메커니즘이 구현이 안 되니 귀가 순식간에 막혀버리고 단어는 매년 볼 때마다 새로우니 발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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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못하는 이유 2. Apple은 사과다

고3 시절 외국어 영역은 항상 1등급이었기에 영어 관련해서 친구들로부터 질문을 자주 받았다. 공부량보다 점수가 만족스럽지 않은 한 친구가 있었다. 하루는 그 친구가 단어의 뜻에 대해 질문했다.

구문 안에 “be likely to”가 있었고, 이 문장을 어떻게 해석해야 되는 것이 질문의 내용이었다. 그래서 본인은 “A가 V를 할 것 같다”라고 말해줬더니 나중에 그 친구는 해설집에는 “A가 V를 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나와 있다며 왜 다른 것이냐고 다시 질문하는 것이었다.

당시 본인도 당황해서 그게 그 뜻이지 너무 딱딱 맞춰서 이해하려고 하면 한도 끝도 없다는 식으로 대답했다. 시간이 흘러 다시 생각해보니 그 친구는 영어를 한국어에 1:1로 맞춰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문제집에 있는 영어단어와 한국어 단어를 완전히 일치시켜 이해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본인은 영어 공부를 하면서 영어단어와 한국어 단어를 1:1로 매칭 시켜 생각해본 적이 없다. 단어 공부할 때 Apple은 사과가 아닌 “빨갛고 시큼한 향기가 나는 과일”, “백설 공주에 나오는 과일”로 익혔기 때문이다.

위의 내용을 정리하자면 영어를 못 하는 사람들은 영어단어를 특정 한국어 단어에 1:1로 고정해버리기 때문에 말하기와 쓰기에 필요한 창의력을 저해해 응용에 어려움을 느낀다. 또한 듣기와 읽기를 할 때도 마찬가지로 문맥에 맞는 유연한 사고를 방해하므로 내용 파악에 어려움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 토익 듣기를 하더라도 단어를 들으면 한국어 단어가 먼저 떠오른다. 이런 이유로 진정한 영어 고수들은 영한사전이 아닌 영영사전을 보며 한국어 뜻이 아닌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

영어 못하는 이유 3. 영어공부 시간이 따로 있다

주변에 영어 공부를 할 시간이 없어서 실력이 그대로라는 케이스를 자주 본다. 일단 공부할 시간을 따로 정해버리면 학습 결과물에 대한 심리적 압박이 커진다.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중도에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 쉽다.

외국어는 학습이 아닌 습득이다. 어린 시절 한국어를 공부하기 위해 따로 시간을 내지 않았다. 그냥 부모님이 틀어주는 TV 프로그램과 단어 퍼즐, 바닥 매트, 포스터 등에 노출되면서 스스로 습득했을 뿐이다.

인풋이 있어야 아웃풋이 있는 것은 진리다. 문제는 인풋이 들어가는 시간과 장소다. 굳이 책상에 앉아서 집중할 필요는 없다. 어린 시절 우리가 가는 모든 곳이 인풋이었듯 성인이 되어서도 비슷한 환경을 일부러 만들면 된다.

인풋을 집어넣는 가장 좋은 방법은 현지에 거주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방법은 각종 여건상 쉽지가 않다. 그래서 국내파 본인은 고교 시절 하교 후에 디스커버리 채널을 시청했고, 대학 시절에는 등하굣길에 스마트폰으로 BBC 뉴스를 들었다. 특히 지하철 안에서는 특유의 진동을 이용해 짧은 시간에 집중력을 발휘해 단어를 외웠다. 그리고 시험용 공부는 책상에서만 공부함으로써 학습의 효율성을 높였다. 그리고 이때 얻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중국어, 태국어는 현지에서 익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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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못하는 이유 4. 성격도 한 몫

대학 시절 대만에서 교환학생을 하며 서울대학교를 졸업하신 대만 이모님을 알게 되었다. 유창한 한국어와 영어를 하시며 강사로 활동하시는 분이었고 두 딸이 있었다. 큰딸은 음대 출신이었는데 활발하고 영어를 참 잘했고, 문과대 출신 작은딸은 내성적이며 외국어 학습에 큰 관심이 없었다.

두 딸과 본인을 차에 태워 이동할 때 이모님께서 두 딸이 듣지 못하도록 일부러 한국어로 재미난 이야기를 알려주셨다. 첫째 딸은 성격이 활발해서 그런가 외국어를 잘하는데, 둘째 딸은 워낙 말이 없어서 그런지 외국어 공부에도 큰 관심이 없는 게 아닐까 한다는 것이다. 2년 뒤 큰 딸은 한국으로 유학 와 석사과정까지 마치고 대만으로 돌아갔다. 첫 만남에서 본인과 중국어로만 대화했지만 대만으로 돌아갈 쯤에는 100% 한국어로만 대화했다.

사실 말 많고 활동적인 성격이 외국어 공부에 유리하다. 말이 많다는 것은 자기가 표현의 Needs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표현에 익숙하기 때문에 외국어 학습에 필수적인 복습에 조용한 사람보다 유리하다. 또한 활동성이 높다는 것은 관심사가 외부로 향하고 있다는 뜻이므로 외국어 학습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노출도 유리하다. 고교 시절 디스커버리 채널을 챙겨보았던 것도 외향적인 성격 탓에 외부세계에 대한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영어 못하는 이유 5. 학습능력 부족

그런데 위에서 이야기한 3가지에 해당하지 않는데도 영어 실력이 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대학 시절 한 친구는 1년간 어학연수까지 다녀왔는데도 늘 토익 800을 넘지 못해 고민이었다.

시험 걱정 없이 어학당과 홈스테이를 하며 살아있는(!) 영어에 노출했고, 물론 어학당에서는 영어로 영어를 가르치므로 영어와 한국어를 1:1 매칭 시키는 나쁜 습관이 들 리가 없었다. 그런데 한국에 와서 보니 토익 스피킹은 물론이오. 800도 어려워했다.

그런데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 그 친구는 대학 시절 늘 학업성적이 높지 못했다. 재수 끝에 추가합격으로 대학에 입학했고, 학점도 평균보다 대체로 낮은 편이었다. 그렇다고 매일 공부 안 하고 놀기만 하는 학생도 아니었다. 도서관에는 언제나 그 친구가 있었고, 시험 때만 되면 밤늦게까지 공부하는 친구였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안타까워했다.

영어학습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학습능력이 필요하다. 학습능력이 부족하면 새로운 것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문장을 구성하려면 문법과 단어를 먼저 알아야 되고, 알파벳을 알아야 된다. 그래서 일단 아는 게(단어와 문법) 많아야 되고, 경험(다양한 구문 접하기)이 풍부해야 되고, 인내력과 유연한 사고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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