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꾼 만난 이야기와 사기꾼 특징-기획력 만큼은 인정
인생 최대의 미친놈 발견
때는 바야흐로 2015년 어느 날 태국 방콕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날은 내 인생에 큰 한 획을 그은 충격적인 날로 태어난 이후 지상최대의 미친놈을 마주한 날이었다.
제 3자를 통해 알게 된 사람이었는데, 듣자 하기를 한국 모 벤처 캐피털(VC라고 불리며 스타트업 대상 투자회사)출신의 투자자라고 했다. 그런데 시작부터 무언가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 발생했다.
다짜고짜 반말을 하는 것이 아닌가?
만난 지 1분 만에 야!야!라고 부르기 시작하는데 이런 사람은 은근히 많다 보니 그러려니 하고 있었다.
그러고 나서 이번에는 다짜고짜 자기 이야기를 줄줄 늘어놓기 시작했다. 자기집은 강남에 있다고 자랑을 했다. 그러더니 우리 집을 묻더니 나는 강남구 밖으로만 나가면 온몸에 알레르기가 돋기 시작한다는 어처구니없는 소리를 늘어놓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이번에는 대학 어디 나왔느냐길래 어느 대학을 나왔다고 이야기를 하였다. 참고로 본인의 대학은 인서울 대학으로 명문대는 아니지만 단 한 번도 학교 이름으로 대놓고 무시당한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그러자 그의 답변은 “와! 너 서울 변두리 잡대 나왔네!!!”라고 깔깔대는 것이었다.
이건 뭐지…? 이런 미친놈도 다 있다고 생각하는 찰나 또 묻지도 않았는데 자기는 Y대를 졸업했다 하며 신촌 라이프에 대해 또 한참을 늘어놓는다. 무슨 연고전, 고연전을 한참 떠들더니 갑자기 “야! 너 그러면 무용과 XXX를 아느냐?”라고 묻는 것이었다. XXX는 모르는데 무용과 출신들 몇몇은 안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그의 대답은 정말 비정상적이어도 보통 비정상적인 수준을 넘어서는 것이었다.
“야! 네가 얼굴이 잘생기기라도 했냐? 집에 돈이라도 많냐? 근데 네가 무용과를 어떻게 알아?”
자 이 모든 일이 단 10분도 안 되는 사이에 발생하였다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지금 자기가 일하는데 새로운 디자인이 필요하다고 하며 나에게 디자이너를 소개해달라고 했다. 주변에 디자이너를 찾아서 연결해줬더니 디자인 비용 희망가 1만 원을 제시했다.
디자이너가 그 값이면 안 한다 하니 다짜고짜 버럭 화내며 “야! 걔네 집 어디야?!!!” 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그 친구 목동사는데요?라고 하니 인제야 이해 간다는 듯한 톤으로 “아………………. 요즘 그 동네 땅값 떨어져서 사는 게 힘들 거야.”라는 어처구니없는 소리를 펼치었다.
이제는 또 묻지도 않은 자기 차 자랑이 시작되었다.
내가 한국에서 스포츠카를 몰고 다니는데, 그 스포츠카가 말이야, 스포츠카가 있어야 여자를 만나니 마니 소리를 하며 한참을 스포츠카 관련 과도한 정보(too much information)을 늘어놓았다.
그래서 내가 생각했던 스포츠카는
부가티, 람보르기니, 페라리 정도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쉐보레 콜뱃? ㅋㅋㅋㅋ
자 그러더니 이제 사람 외모까지고 비하 발언을 시작한다.
“아 그 걔 있잖아요. 원숭이같이 생긴 애!!!”
이 인간 진짜 도저히 답이 안 나오는 인간이라고 생각하고 한마디 하고 자리를 바로 떴다.
“당신이 뭘 안다고 이런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라고 자리를 뜨니 순간 당황스러웠는지 눈을 똥글똥글하게 뜨고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것이 아닌가?
그날 밤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VC(동종업계)에 연락했다. 이에 VC 대표가 그날 밤 바로 직접 연락이 왔다. 그런 못 들어봤다는 내용이었는데, 나중에 약 한 달 쯤 지났을까? 주변에서 새로운 이야기가 들려왔다.
그 사람은 VC를 빙자한 사기꾼으로 스타트업 투자를 빙자해 동남아를 돌며 한인 종교시설을 통해 투자자를 물색한 후 투자금으로 동남아 호화생활을 누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학력이고 경력이고 모~두 가짜며, 본인이 설립한 회사는 가짜 홈페이지만 있는 유령회사였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이미 고소되어있고 동남아로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미 확인된 피해액만 수천만원에 달했다.
외부인의 접근을 차단하려고 비정상적으로 행동
그가 저렇게 비정상적으로 행동하는 이유는 바로 자신의 돈줄인 피해자에게 주변 사람들이 접근하지 못하게 만들려는 과정이었다. 똥이 더러워서 피하지 무서워서 피하냐는 말이 있든 그의 행동은 피해자의 주변 사람들로부터 본인과 피해자를 떼어내기 위한 하나의 전략이었다. 피해자 옆에 사기꾼이 항상 붙어있으면 주변 사람들은 피해자랑 만나는 것조차도 꺼리게 된다. 만나면 옆에서 사람의 화를 돋워서 10분 만에 자리를 뜨게 만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처구니없는 그의 행실 때문에 분노하게 되고 그 피해자가 투자하고 있다는 사업에 대한 관심조차도 없어진다. 중간에서 객관적으로 상황을 판단해줄 사람들까지 떼어냈기 때문에 사기꾼은 피해자 옆에서 세뇌 교육을 시키며 돈을 더욱더 갈취 할 수 있는 것이었다.
덕분에 사기꾼이란 존재를 인생 처음으로 눈앞에서 볼 수 있었고, 사기꾼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그래서 영화 캐치미이프유캔도 다시 한번 보게 되었고, 사기 사건에 대한 세계 여러 기록을 조사해보게 되었다.
사기꾼 대표적인 특징? 짧은 시간 최대의 성과가 목표
사기라는 그들의 비즈니스는 굉장히 전략적이다. 짧은 시간 내에 신뢰를 쌓아 목표를 달성해야 되기 때문에 한 치의 틈도 없이 매~우 논리적이며 이성이 통하지 않을 때는 때로는 감성을 자극한다.
1. 반드시 옷은 깔끔하고 비싼 옷만 입는다.
사람을 표현하는 가장 외적인 수단은 바로 옷이다. 옷이라는 물건은 신체를 보호하는 기능적 특성뿐만 아니라 사람의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어주는 상징적 기능이 강한 물건이다. 사람을 많이 만나야 하는 영업사원들이 복장에 신경 쓰는 것도 같은 이유다. 그래서 사기꾼은 온 몸에 명품을 휘감고 자신의 부를 과시한다. 그 사기꾼은 A 정장부터 L 시계 F 벨트를 풀세트로 갖추고 있었다.
2. 학력 경력 과장
빨리 사람을 추측하기 가장 좋은 기준은 아마도 학력과 경력일 것이다. 그리고 학력은 그 사람의 교육 수준뿐만 아니라 인적 자원 수준, 가정환경 등등 많은 것을 나타낸다. 역시 상징적 의미가 강한 부분으로 사기꾼은 이를 적절하게 이용한다. 가짜 학력과 경력에 빈틈없는 줄거리를 구성해놓고 마치 실제로 있었던 일인 듯 청산유수로 말한다. 내가 몇 학번인데 어느 과에 누구를 안다느니 대학 다닐 때 무슨 일이 있었다느니 어느 업계 누가 어땠다느니 내가 그 프로젝트에 참여해서 무슨 일을 했다느니를 아주 세세하게 말한다.
3. 과도한 자기 자랑
신뢰라는 게 일반적으로 오랜 기간 지켜보며 그동안의 Fact로 쌓아 올라가는 것인데 사기 비즈니스 특성상 이것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빠른 시간 안에 신뢰를 주어야 되기 때문에, 시키지 않아도 자기 자랑을 읊는다. 묻지도 않았는데 자신의 업적과 배경을 읊는다. 대게 치밀하고 논리적이기 때문에 들어보면 정말 수긍을 안 할 수 없다.
4. 빈틈없는 논리력
짧은 시간 내에 상대를 설득시키려면 논리적으로 빈틈이 절대 있어서 안 된다. 그래서 아주 전문적이면서도 주장하는 바에 모순이 없다. 사실이라며 각종 데이터를 제시하는데 그 데이터를 살펴봐도 전혀 모순이 없다. 영화 꾼에서 현빈이 이런 말을 한다. 의심을 해소해주면 믿음으로 바뀌는 게 사람의 심리. 그래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쨌든 간에 무조건 성공할 것만 같다.
5. 하지만 때론 감성적
이성과 감성이 싸우면 결국은 감성이 이긴다. 포퓰리즘이 득세하는 것도, 마케팅 캐치프레이즈가 중요한 것도 이런 맥락이기 때문이다. 본능에 충실한 동물과는 다르게 사람은 이성과 감성이 공존하고, 감성이 강하게 작용한다. 그래서 사기꾼은 이를 적절하게 활용한다. 사기 비즈니스를 하다 문제가 생기면 은근슬쩍 불우한 가정사를 언급하며 눈물도 보이는 등등 신파극도 훌륭하게 소화한다.
비즈니스 필드에서 보면 사기꾼 이야기가 그렇게 많다. 특히나 초기사업 투자, 자산 투자 등등 대체로 투자에 대한 사기가 높다. 일단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사람이 나타나면 먼저 의심부터 해보는 것이 상책인 것 같다.
그 당시 사기꾼 이모씨...수배 중이라는 소리는 들었는데 이 글을 쓰니 요즘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진다.
제발 감방 살이 중이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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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략한 작자 소개
2016년 이래로 사업개발과 마케팅을 경험하고 있으며 태국 1위 쭐라롱껀 MBA 졸업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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