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림 테크노마트 아이폰 상인에게서 배우다. 물건 말고 가치를 팔아라

지하 감옥던전, 신도림 테크노마트 핸드폰 코너

2017년 봄쯤이었을까요? 4년간 썼던 아이폰5S가 고장이 났습니다. 수리가 어려워서 새로 사기로 마음을 먹고 일명 던전으로 불리는 신도림 테크노마트로 갔습니다. 핸드폰 가게가 밀집한 층에 도착하자마자 일명 "폰팔이"라 불리는 상인들의 호객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저는 해외 거주 중에 한국에 약 1년 정도 있을 생각으로 귀국을 했었습니다. 그래서 1년 이상 할부로 핸드폰을 구매할 의사도 없고 기변(기기변경)할 생각도 전혀 없었어요. 반드시 현금 완납 상태로 그 자리서 핸드폰을 구매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아이폰을 구하고자 신도림테크노마트의 던전 속을 나 홀로 탐험하기 시작했습니다.

안 팔아요. 가세요!

일단 신도림 테크노마트의 명성을 이미 들었기에 일단 일명 ”휴대전화 폰팔이” 경험이 있는 대학 후배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눈뜨면 코 베인다. 본인 기준선 아니면 그 자리서 일어서라! 뒤도 돌아보지 말라! 등등 아이폰 잘 사는 방법을 전해 들었습니다.

본격적으로 매장을 둘러보기 시작하는데, 정말 가게마다 가격이 다 다르고 요구 조건이 다 다릅니다. 본인은 현급완납 일명 ‘아이폰 현완 또는 아이폰 현아’를 제시했더니 너도, 나도 비싼 약정 요금제와 함께 당시 최신폰이었던 아이폰 7을 추천합니다. 결국은 자기를 통해 계약하면 약정을 2년 하다가 출국시 취소하면 위약금을 최소로 내주게 해주겠다는 것이 대부분의 대답이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비합리적인 가격이기에 후배의 조언대로 말도 안 되는 가격을 제시했더니 안 판다고 잽싸게 태도가 돌변하는 것이 아닙니까?

진정한 장사 고수를 만나다

2시간 동안 탐험 끝에 거의 포기하기 직전이었던 찰나 구석에 잘 보이지 않는 가게로 들어갔습니다. 저의 사정을 자초지종 설명했더니 그 상인 역시 이 가격으로는 수지가 안 맞는다고 못 판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다른 상인들과 아주 달랐습니다. 어떻게든 하나라도 더 팔려는 대부분 상인과는 다르게 제 상황에서는 신규보다 중고폰을 사는게 훨씬 이익이라는 것입니다. 새것 사면 당신에게 손해라는 말과 함께 다른 데 가지 말고 중고 가게 코너로 가라는 것입니다. 제 예산을 알아보더니 중고 아이폰 6S를 추천하더군요.

그래서 어떻게 되었을까요? 저는 그 자리에서 그 상인에게 현금 뭉치를 꺼냈습니다. 그는 당시 신도림테크노마트 핸드폰 상인 중에서 유일하게 고객의 입장에서 이야기하는 상인이었기 때문입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손님들은 매장에 도착할 때부터 상인들에게 의심이 가득하기 때문에 양심적으로 판매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몇 푼 더 벌어보려고 가격을 부풀리다가 결국에 손님을 놓치는게 가장 허무한 일이라고 했습니다. 게다가 때마침 토요일이여서 주말개통이 안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도 개통이 되는 순간까지 끝까지 책임지는 그의 모습을 보고 그 후로 주변에 아이폰으로 바꾸려는 사람이 있을 때마다 그 가게를 추천해줬습니다.

물건+a, 가치를 팔아라

그는 진정으로 가치를 창출할 줄 아는 상인이었습니다. 그저 물건만 팔고 끝내는 상인들과는 달리 먼저 고객의 입장에서 그들의 문제를 해결해주려는 “가치”를 만들어 내고 있었습니다.

그는 남들도 다 파는 핸드폰이란 같은 물건과 함께 본인의 진심을 담은 서비스를 추가로 판매하며 다른 가게들과 차별화를 시키고 있었습니다. 그는 고객의 상황에서 가장 적합한 대안을 무료로 제시했고, 고객의 신뢰를 얻어 매출로 연결하고, 다시 그 고객의 추천으로 매출을 창출하는 가게였습니다.

이것이 구석에서도 영업이 가능한 그 가게의 비결이었습니다.

가치의 종착점이 돈

그 일 이후 다시 한번 고수들의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돈을 좇으면 돈의 노예가 된다. 가치를 좇으면 돈이 따라온다.”를 다시 되새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원래 돈이란 보이지 않는 가치가 물질적으로 바뀐 것 때문입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오늘도 돈만 좇아다니지 않았는지 반성을 해봅니다.

가치 창출이 내 블로그의 목적

그런 의미에서 저도 블로그를 합니다. 블로그를 운영하는데 사실 수익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광고 수입이 있긴 하지만 생계가 절대 불가능한 금액이거든요. 그래도 꾸준히 글을 쓰려는 이유는 제가 가진 지식과 경험을 독자분들과 나눔으로서 가치를 창출하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가치는 언젠가 현금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믿습니다. 마음에 드는 포스팅은 언제나 따봉과 공유를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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