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한 상사라서 “모르면 물어보라고/이런 것도 알려줘야 돼?”라는 모순을 늘어놓을까?

군대와 비즈니스판에서 겪은 상사들 중 이런 사람을 정말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일을 하다가 잘 모르겠어서 질문을 하면 “이런 것까지 내가 다 알려줘야 돼?”라고 정색을 한다. 그 이후부터 질문을 최대한 안 하려고 스스로 노력하다 보면 결국은 사고를 친다. 이때 상사의 반응은 이전과는 180도 다르게 “모르면 물어보고 해야 할 거 아니야?”라며 분노를 한다.

질문해도 핀잔, 질문을 안 하면 핀잔을 넘어 분노를 하니 할 말이 없다. 이 상황은 앞과 뒤가 맞지 않은 상황 즉 “모순”이다.

그런데 이 모순 때문에 악순환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당하는 입장에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으니 실력 발휘는커녕 사기가 꺾여 생산성까지 쭉쭉 떨어진다.

그렇다면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가?

이 세상의 모든 문제는 외부적 원인과 내부적 원인이 함께 맞물려서 발생한다. 이 모순적 상황에도 여러 가지 원인이 맞물려있다.

외부적 원인-상사가 독 박쓰는 수직적 조직

상사가 이런 모순적 행동을 하는 데는 원인 중 하나는 조직의 구성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수직적 조직에서는 상사가 부하의 결과에 책임을 진다. 한마디로 부하는 자신의 일을 하기 위해 손발처럼 움직여야 되는 존재이므로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것도 알려줘야 돼!” 또는 “모르면 물어봐야 될 거 아니야!”라는 반응을 보인다.

만약에 업무 결과를 당사자가 책임질 경우 위와 같은 반응을 보일 리가 없다. 개인이 모두 책임지는 성향이 강한 서양식 기업문화에서는 이런 일이 드물다. 잘못해도 어차피 상사인 내가 책임 안 져도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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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러한 조직 내 교육시스템 부재가 모순적 상황을 일으킨다. 아무리 수직적 조직이라 하더라도 하급자가 업무에 필요한 지식과 노하우를 잘 알고 있다면 상사에게 질문을 하지 않아도 업무를 잘 처리해낼 수 있었을 것이다. 본인이 처음 근무했던 기업은 규모와는 달리 교육시스템이 전혀 없었다. 교육이란 신입사원 오리엔테이션이 끝이었다. 현업에 와서 아무런 교육 없이 업무를 시작하는데, 신입사원이 아는 게 없으니 일을 제대로 할리가 없었다. 이때마다 모순적 상황이 끊임없이 발생했고, 결국에는 상사와 본인 모두 지쳐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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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사람이라면 아랫사람을 잘 이끌기 위한 리더십이 요구된다. 리더십(leadership)이란 리더로서 아랫사람에게 적합한 일을 분배하고, 동기부여를 통해 아랫사람이 가진 역량을 100% 이상 발휘하게 끔 하는 마법 같은 기술이다. 모든 조직의 승패를 결정짓는 주요 요소로 경영자를 양성하는 MBA에서만 하더라도 리더십을 체계적으로 가르친다. 우선 리더십 관련 이론을 가르치고 직접 시뮬레이션하게 함으로써 기술을 체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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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한국 기업문화에서는 이러한 리더십에 대한 인식조차도 낮다. 사업을 하는 후배와 이야기를 하다가 깜짝 놀란적이 있다. 일을 못하는 직원에게는 갈궈서 정신을 번쩍 들게 해야 빨리빨리 움직인다고 아주 당연하다는 식으로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군대에서 자주 쓰는 부정적 방식의 동기부여법이다. 순간 듣는 사람의 감정에 충격을 줘서 행동을 변화시키는 아주 1차원적인 리더십 기술이다. 장점은 효과가 아주 빠르다는 것이고 단점은 효과의 유통기한이 아주 짧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군필자라면 욕먹어가면서 배운다는 군대식 부정적 동기부여법을 군대 생활 동안 자연스럽게 습득하며, 이것만이 유일한 동기부여법이라고 착각하기 쉽다.

그 후배에게 체계적인 동기부여법(리더십 스킬) 개념을 설명해줬더니, 놀랍게도 그런 방식으로는 생각 조차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리더십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권한과 책임을 움켜쥐고 부하직원을 컨트롤하려고 하니 끊임없이 “모르면 물어봐야지/이런 것도 알려줘야 돼?”라는 모순적 행동을 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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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뉴얼이 필요하다. 모순이 일어나는 원인은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업무의 기준이 될 수 있는 매뉴얼이 필요하다. 처음 업무를 맡게 되는 사람도 단순하게 매뉴얼만 있으면 보고 따라 하면 되기 때문에 누구에게 물어볼 필요도 없고, 문제가 생기면 매뉴얼 탓을 하면 된다.

그리고 리더십 교육이 필요하다. 군대식 부정적 동기부여법이 리더십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부터 깨달을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 조직 차원/개인차원에서 리더십 스킬을 전략적으로 길러 부하에게 책임과 권한을 과감히 위임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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