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디즈 펀딩이란 순수성을 잃은 전자상거래의 일종일 뿐.

크라우드 펀딩이란 투자자로부터 투자금을 받아 상품개발, 이벤트 및 자선활동 개최를 목적으로 한다.

크라우드 펀딩의 가장 큰 매력은 자금이 없는 사람이라도 아이디어만 충분하다면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받아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크라우드 펀딩은 초기 자금이 부족한 스타트업이 아이디어를 대중에게 평가받고 투자를 받아 시제품을 제작하는 방법의 하나로 여겨졌다.

2020년 말 현재 국내 크라우드 펀딩 업계는 와디즈, 텀블벅, 크라우디 3강 체제로 이루어져 있다. 이 중에서 크라우드 펀딩 대표 채널은 와디즈로 2019년 거래 규모가 약 1,600억 원 (출처: 미래한국, 2020년 9월)에 이른 것으로 파악된다.

그런데 한국의 크라우드 펀딩 시장은 위에서 이야기하는 크라우드 펀딩의 정의와는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크라우드 펀딩 캠페인을 컨설팅하면서 느낀 점은 한국 크라우드 펀딩 시장은 가짜 크라우드 펀딩이라는 점이다.

왜 한국 크라우드 펀딩, 즉 와디즈 펀딩은 E-Commerce인가?

첫째, 펀딩을 받는 제품이 벌써 PERFECT

본래 크라우드 펀딩 취지에 따르면 시제품 제작에 필요한 자금이 필요한 사람을 후원하고, 개발된 제품을 보상(리워드)으로 받는 것이었다. 원래대로라면 크라우드 펀딩에 공개되는 제품의 완성도는 완벽하지 않아야 정상이다. 그러나 2020년 현재 와디즈에 출시되는 제품은 시제품 개발은 예전에 끝났고, 시장에 정식 출시 직전 수준의 완성도 높은 제품이 대부분이다.

와디즈에 출시되는 펀딩 대부분이 자체적으로 시제품 개발 비용을 조달한 상태에서 투자자에게 공개된다. 만약 아이디어 수준으로 펀딩을 시도했다가는 타 프로젝트보다 완성도가 떨어지므로 투자자로부터 외면받기 십상이다. 그래서 스타트업에게 도움이 되어야 할 크라우드 펀딩이 오히려 스타트업이라면 진입이 어려운 역설적인 상황이 되어버렸다.

결국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펀딩이란 이름을 빌려 제품을 유통하는 형태로 크라우드 펀딩이라기 보다 E-Commerce 채널 중 하나라고 보는 것이 더 적합하다.

둘째, 신박함은 어디로?

한 3년 전까지만 해도 크라우드 펀딩이란 신기한 제품을 구경할 수 있는 채널로 불렸다. 본인의 후배도 다림질이 필요 없는 셔츠를 와디즈에 런칭해 펀딩을 했던 적이 있다. 그리고 가끔 신기한 IT 제품이 풀려 와디즈의 실수로 불리며 각종 커뮤니티에 소문이 났던 적도 많았다.

그러나 2020년 현재 와디즈는 ‘혁신성’은 다소 희석되고 ‘다양성’이 강조되는 모습이다. 이미 이름난 패션전문업체는 기본이고 과수원의 과일까지 정말 별의별 제품이 런칭된다. 의식주에 관련된 산업은 전통적으로 레드오션 시장으로 보수적인 시장이다. 아무리 개방적인 성격의 사람이라도 입맛과 패션 스타일은 하루아침에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런 산업은 혁신성이 떨어진다.

문제는 혁신성에 근간을 뒀다는 크라우드 펀딩이 역설적으로 혁신성과 반대되는 보수성으로 수렴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면에서 전통적인 E-commerce와는 차별점이 떨어진다.

셋째, 10명만 있어도 펀딩 성공?

일반적인 크라우드 펀딩 상황에서는 목표 펀딩 금액을 설정해 펀딩이 성공할 경우에만 제품 생산을 진행하게 된다. 모금된 펀딩액만큼 제품을 생산할 수 있어 재고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점이 크라우드 펀딩의 대표적인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2020년에 런칭되는 펀딩을 보면 대체로 펀딩 금액이 50만 원, 100만 원에 맞춰져 있다. 이 말은 웬만해서 펀딩이 성공한다는 것으로 모금액이 적더라도 제품은 생산된다는 뜻이다.

제조업은 생산단가를 줄이기 위해 반드시 대량으로 찍어내야 한다. 펀딩 금액이 적다는 것 자체가 이미 재고를 갖고 있어 펀딩을 통해 소량이라도 재고를 소진하겠다는 의도일 수도 있고, 펀딩 금액이 부족하더라도 대량으로 생산해 잔여 물량은 전통 채널로 소진하겠다는 뜻이다.

마지막, 삼성도 펀딩한다

이 부분은 그냥 단 한마디로 설명할 수 있다. 2020년에는 대한민국 시가총액 1위이자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도 펀딩을 런칭했다. 이 외에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중견기업의 참여도 매달 늘어나고 있다. 이런 기업은 펀딩을 받지 않아도 제품 개발에 필요한 자금은 충분할 뿐만 아니라 내부 인력 수준도 훌륭하다. 기존 시장에서 쌓아온 브랜드가 있기 때문에 펀딩도 잘 될 수밖에 없다.

이 말은 곧 투자자로부터 조금이라도 더 펀딩을 받으려면 펀딩 플랫폼 내에서도 대기업이랑 경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브랜드도 없고, 제품의 완성도도 떨어지는 스타트업 또는 중소기업은 펀딩을 통한 자금 조달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한국 크라우드 펀딩이란 즉 E-Commerce다. 왜죠?

본인은 크라우드 펀딩이 한국 환경에 맞지 않는다는 데 있다고 본다.

첫째, 못 기다리는 한국인

한국인은 유달리 성격이 급하다. (빨리빨리 문화가 형성된 원인은 아래 링크를 참조) 2020년 대한민국에서는 새벽 배송도 이제 일상이 돼버렸다. 문제는 이런 빨리빨리 민족성이 크라우드 펀딩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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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우드 펀딩의 원조 격은 미국의 킥스타터와 인디고고가 있다. 이 두 채널은 미국을 포함해 영어권 국가를 주요 시장으로 두고 있지만, 영어가 가능한 전 세계 유저들도 펀딩 참여가 가능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특이한 점은 펀딩 캠페인 기간이 참 길다는 점이다. 대체로 4~6개월이 과정으로 펀딩이 진행된다. 한국인 입장에서는 4~6개월을 어떻게 기다리냐고 할 수 있겠지만, 해외 투자자들은 생각이 좀 다르다.

2020년 11월 펀딩을 시작해 2021년 4월에 배송을 시작하는 킥스타터 프로젝트

해외 투자자는 만약 프로젝트 기간이 짧다면 퀄리티가 떨어지는 저질 프로젝트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자금과 시간을 충분히 제공할 테니 메이커는 고 퀄리티 리워드로 보답하면 된다는 마인드다.

반면에 성격이 급한 한국인들은 반년이 너무 길다. 한국인은 문의 사항이 있으면 이메일을 보내거나 게시물을 잘 남기지 않는다. 대신 바로 전화번호를 찾는다.

결국 자금과 시간이 필요한 진짜 크라우드 펀딩은 한국인의 급한 성격 때문에 실현에 어려움이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둘째, 못 믿는 한국인

대한민국 문화는 기본적으로 불신사회다. 옛날부터 서로를 잘 믿지 않기 때문에 학연, 지연, 혈연이 발달했다. 한국 사회는 타인에 대한 불신이 강하며, 주요 집단에 대한 신뢰도는 상당히 낮다. (세계일보 “누구도, 무엇도 쉽게 믿을 수 없는 ‘불신사회’로 전락한 대한민국 [김현주의 일상 톡톡]” 2020년 2월). 해외에 나가보면 중국 화교들은 똘똘 뭉쳐서 잘 사는데 한국인들은 해외에서도 서로 싸우고 있다.

이는 객관적 자료로도 확인이 가능하다. 문화를 분석하는 대표적인 툴인 호프스테더 문화 차원 이론에 따르면 불확실성 회피 지수가 한국의 경우 85점을 기록한다. 반면 크라우드 펀딩의 본고장 미국의 경우 46점, 유럽에서 깐깐하고 보수적이라는 독일의 경우 65점을 기록하고 있다.

크라우드 펀딩 자체가 일종의 투자기 때문에 불확실성은 전제로 깔고 가야 한다는 점에서 한국의 불신 문화는 시장의 성장을 가로막는다. 게다가 와디즈는 해마다 사기꾼 메이커들로 홍역을 앓아왔으니 가뜩이나 불신문화 국가에서 크라우드 펀딩에 대한 의구심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결론 - 한국적 크라우드 펀딩인가 E-Commerce인가?

결국 한국적 특성으로 인해 기다림과 어느 정도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진짜 크라우드 펀딩이 성장하기 어렵다. 삼성과 같은 대기업들이 펀딩에 흥행하는 이유도 강력한 브랜드와 기술력으로 기다림과 펀딩 실패 리스크를 상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항을 참고할 때 현 상황에서 성공적인 크라우드 펀딩을 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다.

브랜드 인지도가 어느 정도 있어 펀딩 실패 리스크를 상쇄해야하며 펀딩 이후 판매 계획까지 다 준비되어 있어 펀딩 금액에 상관없이 대량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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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한국에서 크라우드 펀딩이란 기성 업체들이 제품을 최초로 선보이는 수준의 E-Commerce라고 정의할 수 있다. 하지만 크라우드 펀딩은 자금력이 부족한 기업에 꼭 필요하다. 진정한 크라우드 펀딩으로 회귀할 수 있을지는 대한민국 크라우드 펀딩 시장을 선도하는 와디즈에 달려있다. 2021년 와디즈의 전략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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